1. 생쥘리앵
생쥘리앵 와인이 메독에서 가장 일관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작은 마을이고, 메독의 유명한 코뮌 4개 중 생산량도 가장 적고 1등급 샤토도 없지만, 뛰어난 정통 보르도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거의 90%의 포도밭은 등급 샤토들이 소유하고 있다. 등급이 없는 샤토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샤토 랄랑드-보리는 2등급 샤토 뒤크리-보카유의 소유이고, 샤토 물랭 리슈는 샤토 레오빌-푸아페레의 퀴블리에 가문 소유다. 성과가 뛰어난 샤토 글로리아는 샤토 생피에르와 같이 운영되고 있다. 생쥘리앵은 거의 전 지역이 최고의 포도밭이다. 전형적인 자갈 둔덕이고, 포이약처럼 깊지는 않지만 모두 지롱드강과 가깝거나 꽤 깊은 계곡의 남향 비탈에 위치하고, 마을 남쪽 끝 잘 뒤 노르 개울이나 셰놀 뒤 릴리유 수로를 통해 배수된다. 생쥘리앵의 위대한 샤토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레오빌 삼 형제처럼 생쥘리앵 마을 주변 지롱드 강변에 있고, 다른 하나는 남쪽 베슈벨 마을에 모여있다. 샤토 베슈벨, 브라네르-뒤크뤼, 뒤크뤼-보카유가 대표적이며, 거기서 뒤로 돌아가면 샤토 그뤼오 라로즈, 내륙으로 더 들어가면 샤토 라그랑주가 나온다. 포이약이 경이롭고 찬란하다면, 마고는 세련되고 우아하며, 생쥘리앵은 포이약과 마고의 중간으로 거의 예외없이 부드럽고 순하다. 순하다는 것은 와인이 숙성됐을 때의 이야기로, 날씨가 좋은 해에도 시작은 거칠고 타닌은 강하다.
레오빌 삼형제
생쥘리앵 코뮌의 빛나는 보석 레오빌 영지는 포이약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한때 메독에서 가장 넓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3개의 샤토로 분할되었다. 이 중 샤토 레오빌 라스 카즈가 거의 100ha로 가장 넓지만, 영지의 핵심은 53ha의 그랑 앙 클로이다. 레오빌 라스 카즈는 밀도 있고 단단하며 수명이 긴 전형적인 '고전' 와인이다. 들롱 가문이 수완 좋게 경영하고 있어 종종 1등급 수준으로 판매된다. 레오빌 바르통 역시 막상막하다. 18세기에 보르도로 이주한 아일랜드 상인 가문인 바턴의 소유다. 현 소유주 앤서니 바턴은 바로 옆의 아름다운 18세기 샤토 랑고아 바르통에 살면서 두 와인을 동일한 저장고에서 같이 향 조한다. 랑고아가 레오빌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평가받지만, 둘 다 전통방식으로 최고의 클라레 와인을 만들고, 어려운 해에도 절대 가치가 떨어지지 안흔다. 레오빌-푸아페레는 삼 형제 중 가장 풍성하고 화려한 와인으로, 지금은 2등급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레오빌 삼형제 남쪽에는 브뤼노 보리의 이탈리아풍 샤토 뒤크리-보캬유가 있다. 높은 수준의 풍부함과 피네스를 강조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이웃인 브라네르-뒤크뤼 역시 생쥘리앵의 부드러움을 잘 표현한다. 중국 와인 바이어들에게 인기 있는 샤토 베슈벨의 18세기 저택은 길모퉁이에 진지처럼 우뚝 서 있다. 앞면 전체가 유리로 된 저장고, 세련된 호텔과 레스토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근처에는 자매 샤토인 샤토 생피에르와 샤토 글로리아가 있는데, 두 샤토 역시 재능 있는 건축가가 야심 차게 개축했다. 둘 다 피네스와 우아함을 갖추었고, 부드러운 살집의 바디감이 아주 매력적인 와인을 만든다.
샤토 그뤼오 라로즈부터 생쥘리앵의 내륙 쪽 샤토가 시작된다. 풍부하고 역동적인 이곳 와인들은 최상급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샤토 탈보는 생쥘리앵 한가운데에 있는 고지대에 위치한다. 섬세함이 살짝 떨어질 수 있지만, 한결같이 밀도 있고 부드러우며 맛이 좋다. 포도밭 입지도 좋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양조기술 덕분이다.
샤토 라그랑주는 마지막 등급 샤토로 메독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과거에 풍부한 풍미와 알찬 와인으로 유명했고, 1983년 일본 산토리에 인수되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용한 내륙지역에 있는 생로랑 마을과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생로랑은 오-메독 AOC에 속하며, 광활하고 품질이 많이 개선된 샤토 라로즈-트랭토동 역시 오-메독 AOC다. 등급 분류된 다음 세 곳의 샤토는 정도는 다르지만 모두 재도약을 위해 달리고 있다. 라 투르 카르네가 선두로 매력적인 와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카망삭은 그뤼오 라로즈의 메를로 가문이 매입한 후 수년 뒤에 포도나무를 새로 심었다. 샤토 벨그라브 역시 네고시앙 두르트의 투자로 부활 중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지롱드강 인근 샤토들의 우아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메독 화이트의 급성장
1980년대 들어 메독에서 화이트와인이 부활했다. 1920년대부터 화이트와인을 생산한 샤토 마고는 현대에서 가장 오래된 화이트와인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곳의 19세기 문서에 화이트와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멘 첼로풀로스 가문이 샤토 마고를 매입하고 처음 내놓은 것이 파비용 블랑 뒤 샤토 마고이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때로는 오크향이 가장 강한 화이트와인이다. 레드품종에 적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쇼비뇽 블랑 100%로 만든다. 이것이 보르도에서 화이트와인 품종을 심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는 메독 샤토의 소유주들이 첫 식사코스에 마실 와인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생쥘리앵의 샤토 탈보는 쇼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블렌딩 한 카유 블랑을 오래전부터 생산해 왔다. 샤토 랭슈-바 주는 포이약에 있는 작은 포도밭이 레드와인을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거기서 블랑 드 랭슈-바주를 1990년 빈티지부터 생산하고 있다. 다음 해에 샤토 무통 로쉴드 역시 파비용 블랑 뒤 샤토 마고처럼 명품시장을 겨냥해 엘 다르장을 시판했다. 생쥘리앵의 샤토 라그랑주는 1996년부터 포도밭 구석의 모래 토양에서 쇼비뇽 크리를 포함한 드라이 화이트를 만들고 있다. 눈길을 끌 만한 드라이 화이트와인이 메독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리스트락 코뮌의 많은 샤토들이 눈길을 끈다. 퐁레오, 사랑소-뒤프레, 클라르크, 최근 등장한 푸르카스 오스탕과 푸르카스 뒤프레가 대표적이다. 메독에서 생산되는 화이트와인은 1등급 샤토에서 만든 것까지 모두 보르도 AOC로 판매된다. 쇼비뇽블랑, 세미용, 뮈스카델, 쇼비뇽 그리와 같이 허용된 보르도 화이트품종으로 만들지 않은 것은 뱅 드 프랑스로 판매된다. 뱅 드 프랑스도 생산자들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