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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포이약

by jay_somm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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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이약

보르도 코뮌 중 최고를 꼽으라면 누구나 포이약을 선택할 것이다. 1등급 샤토 5개 중 3개인 라피트, 라투르, 무통 로쉴드가 여기에 있다.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지속적인 확장, 개선, 혁신, 발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포이약 와인이야말로 보르도 레드 애호가들이 찾는 최고의 풍미를 지녔다. 신선한 과일향과 오크향, 단단함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고, 시가향과 단맛이 은은하게 맴돌며, 무엇보다 힘이 있고 수명이 길다. 포이약 전체 포도밭 중 등급이 없는 곳은 5%도 안 되며, 등급이 낮은 와인도 부족함이 없다. '크루프'라고 불리는 메독의 자갈 둔덕도 포이약에서는 언덕에 가깝다. 언덕 정상 근처의 무통 로쉴드와 퐁테-카네가 해발 30m인데, 조금만 높아도 망루가 되는 연안지역에서는 굉장한 높이다. 포이약은 메독에서 가장 큰 와인마을이다. 다행히 오래된 정유공장이 문을 닫아 거대한 창고로 쓰이고, 옛 부두는 레저용으로 변신했으며, 몇몇 레스토랑이 새로 들어섰다. 샤토 랭슈-파주의 카즈가문이 조용한 바주 마을에 샤토 코르데 양-바주라는 호텔레스토랑을 열었고, 하루 종일 영업을 하는 카페와 2, 3개의 세련된 상점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것이 전부다. 포이약은 활기 넘치는 곳은 아니지만, 9월의 어느 주말만은 예외다. 메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수천 명의 마라토너들로 마을이 북적이기 때문이다. 포이약의 포도밭은 메독의 다른 지역보다 덜 쪼개져있다. 예를 들어 마고에서는 샤토들이 마을에 모여있고, 주변의 밭들도 서로 붙어있다. 반면 포이약에서는 한 샤토가 비탈이나 둔덕 전체를 소유한다. 덕분에 서로 다른 테루아가 표현하는 여러 스타일의 와인을 기대할 수 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와인이다.

 

포이약의 1등급 삼총사

포이약의 1등급 샤토 3개는 극적일 정도로 스타일이 다르다. 라피트 로쉴드와 라투르는 포이약 AOC의 최북단과 최남단에 있는데, 라피트는 거의 생테스테프에 붙어있고, 라투르는 생쥘리앵에 가깝다. 그런데 와인 스타일은 반대여서 라피트는 생테스테프처럼 견고하다. 라피트는 11ha로 메독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의 하나다. 평년에는 샤토의 대표와인, 그랑 뱅이 약 640배럴 생산된다. 향이 풍부하고 세련되며 아주 우아한 와인으로, 독특한 원형 지하저장고에서 익어간다. 세컨드 와인인 카뤼아드는 그보다 많은 약 800배럴이 생산된다. 라투르 와인은 더 단단하고 튼튼하며, 수많은 빈티지가 아름답게 개축한 지하저장고에서 익어간다. 우아함을 거부하고, 강과 아주 가까운 언덕이라는 최고의 입지를 강건하고 깊이 있는 와인으로 표현한다. 샤토라투르의 복합미가 제대로 표현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빈티지의 기복이 덜해 풍미가 늘 일정한 것이 라투르의 장점이다. 샤토에서 서쪽과 북서쪽의 외떨어진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세컨드 와인 레 포르 드 라투르도 2등급 와인 대접을 받고 그에 맞는 가격을 받는다. 어린 나무로 만든 와인은 일반 포이약 AOC로 판매된다.

무통 로쉴드는 포이약의 세 번째 스타일이다. 힘차고 진하며 잘 익은 블랙커런트의 풍미가 가득하고 이국적이다. 포이약을 방문하게 된다면 무통 로쉴드 박물관에 가보자. 오래된 글라스, 그림, 태피스트리 등 와인 관련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고, 매년 라벨에 들어가는 그림 원본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있다. 여기에 새로 개축한 저장고까지 무통 로쉴드는 그야말로 포이약의 명소다. 세컨드 와인 르 프티 무통은 1997년에 처음 생산되었고, 무통-카데는 보르도 전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병입 하는 거대 브랜드이다. 포이약의 1등급 삼총사 와인에 녹아있는 카베르네 쇼비뇽의 풍부한 향과 힘을 경험하면, 카베르네 쇼비뇽이 메독 토양에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인정받은 지 15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전까지는 1등급 샤토도 말벡처럼 카베르네 쇼비뇽보다 못한 품종과의 블렌딩을 거쳐 자신들의 테루아의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카베르네 쇼비뇽은 숙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유명하다. 10~20년 정도 충분한 시간을 주면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완벽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백만장자들은 참을성이 없다. 너무 어릴 때 다 마셔버린다.

 

2등급 경쟁자들

남쪽에서 포이약으로 가는 지방도로 옆쪽에는 라이벌 관계인 유서 깊은 2등급 샤토 2곳이 있다. 수년 동안 샤토 피숑 롱그빌 콩테스 드 랄랑드, 줄여서 피숑-랄랑드가 더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 샤토 피숑바롱도 1등급 샤토에 도전하고 있다. 소유주인 보험회사 악사의 대대적인 투자 덕분으로, 핵심 포도밭에서도 철저하게 좋은 구획만 선정해 와인을 만든다. 이에 질세라 2007년 길 건너 피숑-랄랑드를 매입한 샴페인회사 루이 로드레도 포도밭을 재정비하며 셀러를 새로 짓고 샤토를 개축했다. 샤토 랭슈-바 주는 '겨우' 5등급이지만, 특히 영국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았다. 무통 로쉴드처럼 향신료향이 풍부하지만 그만큼 비싸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이곳 역시 셀러를 신축했다. 북쪽으로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선구자 샤토 퐁테-카네가 무통 로쉴드 옆에 자리잡고 있는데 맛은 매우 다르다. 무통 로쉴드는 개방적이고 화려하지만, 퐁테-카네는 구조가 단단하다. 르 푸얄레 마을 북쪽, 강 근처 샤토 페데스클로는 포도밭 확장 후 활기를 되찾았다. 샤토 뒤아르-밀롱은 라피트 로쉴드 소유이고, 샤토 다르마이악과 클레르 밀롱은 무통 로쉴드 소유다. 이 세 샤토는 소유주와 경영진의 든든한 경제력과 기술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클레르 밀롱의 새 셀러가 좋은 예다. 샤토 바타이와 전통적으로 더 우아한 샤토 오-바타이는 전형적인 포이약 와인을 만들며, 강가에서 멀리 떨어진 숲 근처에 있다. 세련되고 너무 비싸지 않은 샤토 그랑-퓌-라코스트는 프랑수아-자비에 보리가 운영하며, 그의 형제 브뤼노는 생쥘리앵에 샤토 뒤크뤼-보카유를 갖고 있다. 샤토 그랑-퓌-뒤카스도 좋은 포이약 와인의 단단하고 활기찬 에너지를 표현한다. 라코스트의 포도밭이 샤토를 중심으로 포이약의 고지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뒤카스의 포도밭은 포이약 북부와 서부 3곳에 나뉘어 있고, 오래된 샤토는 포이약 마을 부둣가에 있다. 생랑베르에 입지가 좋은 포도밭을 소유한 샤토 오-바주 리베랄은 새 밭을 구입해 바이오다이나믹 농업으로 새 삶을 살고 있고, 샤토 크루아제-바 주는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샤토 랭슈-무사는 샤토 바타이와 소유주가 같으며, 일관된 품질의 와인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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