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졸레 크뤼
안개가 자욱하게 낀 푸르스름한 언덕 꼭대기에는 숲이 울창하고, 그 아래 비탈에서 포도나무가 빽빽하게 자란다. 이곳이 10개의 보졸레 크뤼 고향이다. 최상의 보졸레 크뤼 와인들은 단일품종인 가메에 테루아가 미치는 영향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라벨에 '보졸레'라는 명칭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크뤼의 이름을 외워두면 좋다. 최근 지질연구에서 보졸레 지방의 기반암이 코트-로티 남쪽 97km 지점에서 발견되는 화산암질 편암이나 모래가 많은 화강암과 같다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침식이 계속되면서 상부토, 비탈의 방향, 기울기가 다양해졌고, 같은 크뤼에서도 다른 와인이 나오게 되었다. 물론 보졸레 사람들은 눈 감고도 구별할 수 있다. 가장 북쪽의 크뤼는 규모가 가장 작은 생타무르다. 이웃인 생벼랑과 푸이-퓌세처럼 토양에 석회암이 일부 있고, 구조가 단단하지는 않지만 다른 매력이 있는 와인이다. 쥘리에 나는 대부분 풀바디이고, 조금 거친 크뤼다. 레 우유와 레 카피탕은 다른 곳보다 더 좋은 포도밭이다. 셰나는 더 유명한 이웃인 물랭-아-방처럼 와인이 완전히 열릴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물랭-아-방의 가장 우수한 하위지역은 2곳이다. 한 곳은 실제로 풍차 근처에 있는 르 클로, 르 카르클랭, 샹 드 쿠르, 레 토랭, 리외-디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한 곳은 거기서 바로 위쪽인 라 로셸, 로슈 그레, 레 베리야 지역이다.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면 저지대 평지가 나오는데, 이곳 와인은 복합미와 장기숙성력이 떨어지고 고상함도 부족하다. 이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플뢰리는 여성적인 이미지가 있다. 모래가 많은 샤펠 데 부아, 라 마돈, 레 카르트 방에서 실제로 여성적인 와인이 나온다. 하지만 라 루알레트, 레 모리에 같은 점토질 토양이나, 매우 따뜻하고 남향인 레 가랑, 퐁시에의 바디감이나 장기숙성력은 최고의 물랭-아-방과 견줄 만하다. 매우 가벼운 모래 토양인 시루블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크뤼다. 날씨가 서늘한 빈티지는 조금 시큼하지만, 일조량이 많은 빈티지는 매력이 넘치는 와인이 된다. 모르공은 내추럴와인의 고향이다. 두 번째로 큰 크뤼로, 화산 토양의 코트 뒤 피 포도밭이 유명하다. 와인은 강하고 따뜻하며 향신료향이 난다. 레 샤름, 레 그랑 크라, 코르슬레이트, 샤토 가야르 포도밭의 와인은 더 가볍고 부드럽다. 모르공 남쪽에는 변덕스럽고 면적이 넓은 크뤼인 브루이가 있다. 훨씬 작은 코트 드 브루이에 있는 몽 브루이 산의 화산토양 비탈에서 나오는 와인은 숙성 잠재력이 높다. 모르공 서쪽 레니에는 브루이나 상급 보졸레-빌라주에 더 가깝다. 가격이 과한 보졸레 크뤼는 드물고, 포도밭이 비싼 경우는 더 드물다. 그 결과 땅값 상승을 견디지 못한 코트도르의 생산자들이 보졸레 크뤼로 몰려들었다.
2. 샤블리
샤블리는 북서쪽으로 177km 떨어진 파리에 와인을 공급했던 광대한 와인산지 중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다. 19세기말 욘 데 파르트망에는 40,500ha의 포도밭이 있었다. 대부분 레드품종으로, 지금의 미디역할을 했다. 센강으로 통하는 샤블리의 강들은 와인을 실어 나르는 바지선들로 북적였다. 처음에는 필록세라로 타격을 입고, 다음에는 철도가 욘의 와인산지를 비켜가는 바람에 샤블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농촌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르네상스가 찾아와, 샤블리는 모방 불가능한 독특하고 위대한 와인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았다. 샤르도네는 차가운 석회암 점토를 만나, 더 쉬운 재배조건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풍미를 낸다. 샤블리 와인은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고, 돌과 미네랄이 연상되지만 동시에 푸른 건초향이 난다. 실제로 어릴 때는 초록빛을 띤다. 그랑 크뤼 샤블리와 몇몇 최상급 프르미에 크뤼 샤블리는 장엄하고 강하며 불멸에 가깝다. 실제로 샤블리는 놀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10년쯤 지나면 낯설지만 기분 좋은 신맛이 생기고, 황금빛 초록색으로 빛난다. 샤블리 광신도들은 중년에 접어든 샤블리에서 사람들이 외면하는 젖은 양모냄새가 나기도 한다는 걸 안다.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굴과 굴껍데기
기후가 서늘한 포도밭은 성공을 위한 특출한 조건이 필요하다. 샤블리는 본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져 있어서 부르고뉴 지역 중 샹파뉴에 가장 가까운데, 이 땅에 비밀이 있다. 바다에 잠겨 있던 석회암과 점토로 된 넓은 분지의 가장자리가 땅 위로 솟아오른 지역이라는 것이다. 선사시대의 굴껍데기가 섞인 이 독특한 토양을, 영국해협 너머 문지의 가장자리인 도싯의 마을 이름을 따서 키메리지라고 부른다. 굴과 샤블리는 태초부터 연결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강건한 샤르도네는 샤블리의 유일한 품종으로, 비탈에 해가 잘 들어 포도가 매우 잘 익는다. 욘 지역의 AOC는 샤블리와 넓은 주변지역인 프티샤블리 외에도 여러 개가 있으며, 샤르도네가 유일한 품종도 아니다. 이랑시와 부르고뉴 쿨링주-라-비뇌즈 AOC인 쿨랑주-라-비뇌즈 마을은 오래전부터 피노 누아로 가벼운 부르고뉴 레드를 만들어 왔다. 생브리-르-비뇌 주변에서 재배하는 쇼비뇽 블랑은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품종으로, 생브리라는 독자적인 AOC를 획득했다. 반면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은 부르고뉴 코트 도세르로 판매된다. 단, 시트리 근처는 부르고뉴 시트리 AOC를 사용한다. 토네르 서쪽 마을의 레드와인은 부르고뉴 에피뇌이 AOC이고, 화이트와인은 부르고뉴 토네르 AOC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