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르도
오크통 숙성 덕분에 장기숙성 잠재력이 큰 레드, 스위트 화이트, 드라이 화이트와인이 생산되는 광대한 와인산지다.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샤토가 있으며, 재정적으로 가장 위태로운 샤토도 있다. 부르고뉴 와인이 뻔뻔할 정도로 관능적이라면, 보르도 와인은 매우 지적이다. 그리고 갈수록 재산이 늘고 있다. 보르도 와인은 와인 본성에 충실해 정점에 달했을 때 말할 수 없이 미묘한 뉘앙스와 복합미를 풍긴다. 반면, 훌륭한 보르도 와인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상품으로 거래되어, 수많은 지역과 하위지역에서 수많은 와이너리 즉 샤토가 서로 머리싸움을 하게 만든다. 보르도 와인은 원래 지위를 상징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위를 나타내줄 상품을 찾는 전혀 새로운 시장이 나타났고, 그 결과 유명 샤토의 프리미엄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나올 지도에 표시된 가장 인기 많은 지역들이다. 전 세계 어느 산지도 보르도만큼 지리와 금융이 밀접하게 연관된 곳은 없다. 보르도는 전 세계에서 고급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지롱드 강에서 이름을 딴 지롱드 데 파르트망 전체가 와인생산에 관여하며, 이곳의 모든 와인에 보르도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연간 생산량은 600만 hl로, 광대한 랑그독-루시용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프랑스 와인산지의 생산량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레드와 화이트의 비율은 9:1 정도로 레드의 생산량이 압도적이다. 최고의 레드와인 생산지는 메독으로 보르도시 북쪽에 위치하고, 남쪽으로 가론강 서안에 그라브와 페삭-레오냥이 있다. 이 3곳을 일반적으로 '좌안'이라고 한다. '우안'은 생테밀리옹, 포므롤, 그리고 도르도뉴 강 북쪽 강가를 끼고 있는 지역이다. 가론강과 도르도뉴 강 사이의 지역은 알트르-돼-메르로, 여기서 생산되는 드라이 화이트와인에만 앙트르-돼-메르 AOC를 붙일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AC 보르도와 보르도 쉬페리외르 AOC로 판매되는 레드와인의 3/4이 생산된다. 지도 최남단에는 보르도의 스위트 화이트와인 중심지가 있다. 보르도 와인의 최고봉은 고급 레드와인과, 소량생산되며 레드와인보다 더 오래 숙성할 수 있는 황금색 스위트와인 소테른, 그라브의 독특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다. 그렇다고 모든 보르도 와인이 고급인 것은 아니다. 포도밭 면적이 여전히 넓어서 2016년에 110,713ha까지 늘어났다.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21세기가 시작되고 재배자들은 포도나무를 뽑아냈지만 충분하지 않다.
가장 사랑받는 지역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비싼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지역도 많다. 이곳에는 재정능력이 안되고, 보조금도 지원받지 못하며, 아예 의지가 없는 생산자들이 많다. 또 좋은 와인을 생산할 기술을 갖추지 못한 생산자들도 있다. 그 결과 와이너리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2016년 보르도의 와이너리 수는 6,568개로 20년 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와이너리의 2/3 이상이 20ha가 넘는 포도밭을 소유한다. 보르도의 기후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일반 보르도 레드와인이 안정적으로 잘 익는 대부분의 신대륙 카베르네 쇼비뇽에 비해 보잘것없는 해도 있다. 일반 보르도 AOC와인은 남아공 전체나 독일의 빈티지 와인보다 많이 생산되는데, 보르도의 명성에 걸맞은 품질은 포도가 잘 익은 해에만 가능하다. 품질 낮은 와인이 보르도의 명성을 해치도록 나둬야 하는가?
상태가 좋지 않은 포도나무를 뽑아내는 것을 포함해 문제 해결책으로 2006년에 레드, 화이트, 로제의 뱅 드 페이 드 라틀랑티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더 일반적인 해결책은 뱅 드 프랑스 와인으로 강등시키는 것이었다.
2. 보르도의 아펠라시옹
부르고뉴에 비해 보르도의 아펠라시옹 체계는 훨씬 단순하다. 코트 드 보르도-생마케르처럼 생소한 아펠라시옹을 포함해 보르도의 모든 아펠라시옹이 나온다. 수많은 아펠라시옹 사이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은 와인 샤토들에 달려있다. 한편, 포도밭 품질로 등급을 분류하는 부르고뉴의 등급시스템이 보르도에는 없다. 보르도에서는 지역별로 샤토의 등급을 분류하는데, 문제는 공통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가장 유명한 등급 체계는 1855년에 완성된 것이다. 당시 보르도의 중개상들이 평가한 가치를 기준으로 소테른과 메독의 샤토에 등급을 매겼는데, 그라브에 있던 샤토 오-브리옹이 예외적으로 포함되었다. 농산물을 1~5등급까지 순위를 매기는 역사상 가장 야심 찬 시도였다. 이를 통해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샤토들을 가려냈다. 현재 1855년의 등급에서 제외된 경우는 보통 이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포도밭이 늘어나거나 교환되었다는 점이다. 예전 그대로인 포도밭은 거의 없다. 포도밭이 샤토를 중심으로 깔끔하게 펼쳐져있는 경우 또한 드물다. 지금 대부분의 포도밭은 여기저기 흩어져있거나, 이웃 샤토의 포도밭과 섞여있다. 포도밭마다 연간 10~1,000배럴을 생산하는데, 배럴당 300병 또는 25 상자의 와인이 나온다. 최고의 와이너리들은 1ha당 최고 5,000l까지 생산하고, 그보다 못한 와이너리는 훨씬 많은 양의 와인을 양조한다.
최상의 명품 1등급 샤토의 최고 와인인 그랑 뱅은 많으면 15만 병까지 아무 문제 없이 생산될 수 있다. 1등급 와인의 가격은 보통 2등급보다 최고 2배 이상이지만, 5등급이라도 잘 만든 것은 2등급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보르도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재배방식의 개선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생산자들이 더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단순히 기후변화 덕분이 아니라 1년 내내 가지치기를 철저히 하고, 트렐리스를 더 높이 올리고, 캐노피 관리에 신경 쓰고, 농약 사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비록 보르도의 습도가 비교적 높고 또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 농약을 줄이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느리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