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포도밭 관리 주기

북반구를 기준으로 포도밭이 매월 어떤과정을 통해 관리되고 와인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중요한 사항들을 정리해보았다.

1월

포도나무는 깊은 동면 상태로 새해를 맞이한다. 잎은 떨어진 지 오래고, 앙상한 갈색 나무만 포도밭에 남아있다. 이 시기 포도나무는 여분 탄수화물을 줄기 깊숙한 곳에 저장하기에 포도 농부는 겨울 가지치기(Winter Pruning)를 시작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가지치기는 1월 22일(포도나무 수호신인 성 빈센트(St. Vincent)의 날)에 시작되지만, 포도 품종이나 기후 등 다른 요인에 의해 훨씬 더 일찍 시작할 수도 있다. 겨울 가지치기는 포도나무 생장기와 이후 수확에 필요한 꽃봉오리 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품질 와인 생산을 위해 포도 농부는 추운 겨울 가지치기 작업을 한다.



2월

포도나무 동면 마지막 시기다. 포도나무 등걸 안에서는 수액이 차오른다. 포도 농부는 겨울 가지치기 작업을 마무리하고, 땅을 솎아 공기가 잘 순환하고, 빗물이 더 깊이 스며들게 한다. 또한 포도 농부는 비료와 유기물을 포도밭에 뿌려 땅 영양분을 더한다. 포도나무 생장기 포도나무 가지가 자랄 수 있는 격자 구조물(Trellis) 수리도 이 시기에 마무리한다.



3월

3월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포도나무를 관리한다. 상반기에는 서리 피해가 없는 지역에 어린 포도나무를 심는다. 포도 농부는 보통 봄이 3월 21일 이후 시작된다고 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봄이 시작되는 시기는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하반기에는 날씨가 확연하게 따뜻해지는데, 땅속 온도가 섭씨 10도로 오르면, 포도나무는 스스로 수액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겨울 꽃봉오리는 서서히 부풀어 오르면서 양털 같은 모습을 하다가 싹을 틔운다. 싹이 텄다는 건 드디어 포도밭에 봄이 왔음을 의미한다.



4월

봄 서리(Frost) 피해가 없다면, 포도밭에서는 포도나무를 비롯해 다른 피복 식물(Cover Crop)이 급성장한다. 대부분 포도 농부는 다양한 곤충과 질병에 대항하는 노력과 포도나무 성장에 필요한 약간의 영양분을 더해주는 작업을 한다. 이 시기 잡초 통제도 매우 중요하다. 4월 포도밭은 녹색 새싹으로 뒤덮이기에 포도밭을 방문하기에 적절한 시기이기도 하다.



5월

포도밭 상황은 4월과 거의 비슷하지만 포도나무 잎과 줄기가 더 많이 자라기에 잎 관리(Canopy)에 신경 써야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포도나무는 예전보다 싹을 일찍 틔우고, 봄 서리는 더욱더 늦은 시기에도 발생하고 있어 포도 농사에 매우 해롭다. 이른 봄 서리와 달리 늦봄 서리는 포도나무가 여분의 싹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도 농부는 서리 발생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서리가 발생한다면 새로 튼 싹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쏟아 붓는다. 부유한 포도 농부는 공기 순환을 돕는 헬리콥터를 동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 포도 농부는 밤을 지새우며 포도밭에 불을 지피고, 차가운 공기가 여린 싹 근처에 가라앉지 않도록 공기를 순환시키는 사투를 벌인다.



6월

포도나무가 꽃을 피우는 시기로 수분(Pollination)과 수정(Fertilization)이 일어난다. 이 시기가 없다면 포도가 없고 당연히 와인도 얻을 수 없다. 일 년 중 이맘때면 짧은 시간에 격렬한 날씨 변화가 일어나서 이제 막 꽃을 피운 포도나무는 매우 위태로운 시간을 보낸다. 6월 적절한 시기에 꽃이 피지 않으면 꿀벌과 같은 곤충의 도움을 받는 수분 그리고 수정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아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초록으로 물든 포도원에서 가는 포도나무 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고 포도밭 주변으로 다양한 꽃들이 피기 때문에 역시 포도밭은 방문하기 좋다.







7월

수정된 꽃은 단단하고 녹색을 띤 작은 포도송이 형태로 변한다. 포도 농부는 이 단계에서 고품질 와인을 얻기 위해 좋은 송이만 남기고 다른 포도송이를 제거하는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를 한다. 날씨가 얼마나 따뜻한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7월 말이나 9월 초 포도알은 녹색에서 알록달록하게 변하는데, 이를 베레종(Veraison)이라고 한다.



8월

베레종이 진행되며 적포도는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백포도는 녹색에서 노란색 혹은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포도나무 일 년 중 수확과 연결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서늘한 기후 포도 농부는 포도가 골고루 잘 익을 수 있도록 포도송이 주변 잎을 잘라 햇빛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반대로 더운 기후 포도 농부는 포도송이가 햇볕에 타거나 마르지 않도록 포도잎으로 그늘을 드리우는 작업을 해준다. 포도 농부는 포도나무에 남아 있는 포도송이를 보고 더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 그린 하베스트를 지속해서 하기도 한다. 이 시기부터 수확이 완료되는 시기까지 포도 농부는 일기 예보에 매우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9월

산도 유지를 위해 약간 일찍 수확하는 품종을 시작으로 포도 농부는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는 시기다. 상큼하고 신선한 과실 풍미에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백포도 품종이 우선 수확되며, 가벼운 바디와 붉은 과실 풍미를 지니는 적포도 품종, 그리고 묵직하고 진한 풍미를 내는 적포도 품종으로 수확이 마무리된다. 이 시기 비가 내린다면 포도알이 썩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고, 맛도 희석되기에 포도 농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 농부는 수확 과정에서 포도를 으깨지지 않기 위해(귀중한 향을 읽고 산화될 위험성이 있음) 15kg짜리 작은 상자에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넣어 운반하기도 한다.



10월

대부분 유럽 포도원에서는 수확이 한창인 시기다. 이맘때 포도 농부와 와인 양조자 모두 신경이 예민하고 바쁘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 방문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와인 양조장에서는 수확한 포도를 받기 위해 양조장 및 기구 청소를 완료하며 매우 분주하다.



11월

몇몇 만생종과 의도적으로 늦수확하는 포도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수확이 마무리되는 달이다. 9월이나 10월에 수확된 포도는 이미 선별 작업을 거쳐 양조장에서 발효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다.



12월

아이스와인을 제외하고 모든 수확이 종료된다. 포도 농부는 포도밭에 자란 잡초를 제거하고, 구리로 된 곰팡이 살균제로 줄기 단단한 나무를 씻고, 겨울비가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흙 관리를 한다. 추운 기후에서 포도나무를 기르는 포도 농부는 포도나무 아랫부분에 흙은 돋우어 추운 겨울 날씨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준다. 포도포도 농부는 수확기 피로를 이 시기에 풀며 휴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