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드 본 북부

1. 코트 드 본 북부

코뮌의 경계는 토양의 변화를 의미한다. 포마르의 토양은 레뤼지앵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불그스름하고 철분이 많은 토양으로, 완전히 다른 와인 스타일을 대표한다. 어린 와인은 색이 짙고 알코올과 타닌이 강하며, 놀랄 만큼 수명이 길다. 코뮌 내 포도밭의 1/3에 포마르 AOC를 붙이며 이런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데, 보통 우아함과 탁월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뤼시앵과 에페노를 포함해 2~3곳의 뛰어난 프르미에 크뤼와 4~5명의 우수한 재배자가 있다. 부르고뉴에는 다른 어느 곳보다 재배자가 포도밭 수만큼 많다. 포마르 최고의 포도밭은 마을의 서쪽 가장자리 바로 위에 있는 레 뤼시앵의 아랫부분, 지도의 레 뤼시앵-바다. 본의 연례 경매 행사에 나오는 최고 퀴베의 하나인 담 드 라 샤리테는 주로 레 뤼시앵과 에페노 포도로 만든다. 클로 드 라 코마렌과 드 쿠르셀, 콩트 아르망, 드 몬티유 등에서 만든 와인도 포마르에서 가장 좋은 와인인데, 최상급 부르고뉴 레드의 사랑스러운 풍미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견고한 와인들이다. 여기 지도에 실린 포도밭뿐 아니라 코트 도르를 통틀어 와인의 중심지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활기찬 중세 마을 본이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와인 자선경매로 유명한 오스피스 드 본의 본거지다. 마을 위쪽 해발 약 245m 지점, 배수가 잘 돼 '콩밭 비탈'이라 불리는 곳에 유명한 포도밭이 줄지어있다. 그중 상당수가 부샤르 페르 에 피스, 샹송, 드루앵, 자도, 루이 라투르 등 본의 대형 네고시앙의 소유다. 드루앵이 소유한 클로 데 무슈의 일부 포도밭에서는 레드와 훌륭한 화이트가 생산되는데, 둘 다 이름이 높다. 부샤르 페르 에 피스가 소유한 레 그레브의 땅은 비뉴 드 랑팡 제쥐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도  뛰어난 와인이 생산된다. 본에는 그랑 크뤼가 없다. 그래서 최고 와인이라도 가격이 과하지 않고 장기숙성도 가능하다.

하지만 10년 넘게 또는 로마네-꽁티나 샹베르탱보다 더 오래 보관할 수는 없다.

본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동그마하고 정상에 숲이 울창한 코르통 언덕이 나타나는데, 코르통 덕분에 코트 드 본에는 없던 레드 그랑 크뤼가 생겼다. 코르통에서는 화이트가 많이 생산되지 않지만, 위대한 그랑 크뤼 화이트인 코르통 샤를마뉴가 있다. 포도밭은 코르통 언덕의 서쪽과 남서쪽 경사면, 그리고 동쪽 경사면에 위치하는데, 동쪽 경사면은 언덕 꼭대기 주위로 매우 다른 샤르도네 포도밭이 리본처럼 가늘고 길게 둘러져있다.

이곳에는 꼭대기에서 하얀 석회석이 쓸려내려와 갈색 이회토와 섞여있다.

코르통 샤를르마뉴는 종종 몽라셰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빼어나다. 코르통 레드는 과일향이 풍부할 때도 있고 타닌이 강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힘이 좋으며 대부분 동향과 남향 비타에서 생산된다.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와인이 단순해지는데, 그랑 크뤼 등급에 걸맞지 않은 것도 있다. 최고의 코르통 레드는 르 코르통, 레 브레상드, 르 클로 뒤 루아, 레 르나르드에서만 나온다.

남쪽 언덕 아래에 있는 알록스-코르통AOC에서는 조금 급이 낮은 와인이 생산되는 반면, 언덕을 돌아가면 나오는 페르낭-베르줄레스의 경우 동향의 서늘한 비탈에는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이, 서향 비탈에는 몇몇 그랑 크뤼 포도밭이 있다.

사비니와 페르낭은 화려한 와인들에 조금 가려진 느낌이 없지 않지만, 두 AOC의 최고 재배자들은 본의 높은 생산기준에 맞춰 와인을 만들고 높은 가격으로 보상을 받는다. 옆 계곡 위쪽에 있는 사비니 포도밭에서는 놀라운 피네스를 가진 와인이 생산된다. 지역민들은 사비니 와인이 '영양 많고, 성스러우며, 병을 막아준다'라고 자랑한다. 쇼레는 주도로 옆 평지에 위치하지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좋은 부르고뉴 레드와인을 생산한다. 지도 끝의 라 두아에서는 상쾌한 미네랄향이 풍부한 화이트와 즙이 꽤 많은 레드가 나온다. 페르낭과 라 두아에는 수 프레디유, 레 그레숑, 레 주아유즈 같은 프르미에 크뤼가 있는데, 화이트와 레드 중 하나만 프르미에 크뤼이고, 둘 다인 경우는 없다. 코트 도르 와인의 특징은 한마디로 뛰어난 복합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