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트 드 뉘 남부
볼네나 본과 비교해 코트 드 뉘 와인은 좀 더 꽉 찬 느낌으로 색이 더 진하며, 보통 타닌이 더 강하고 수명이 길다.
코트 드 뉘는 레드와인의 고장이며, 화이트는 드물다. 코트 뒤 뉘의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프르미에 크뤼들이 한 무리의 그랑 크뤼 포도밭과 함께 펼쳐져있다. 여기서는 모방할 수 없을 정도로 과즙의 농후함이 가장 강렬하게 표현된 피노 누아 와인이 생산된다. 프르미에 크뤼는 단단한 석회암 언덕 정상 아래로 드러나있는 이 회암을 따라 이어진다. 이회토 위에 실트와 자갈이 섞인 토양에서 최고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운 좋게도 이곳은 비바람을 가장 잘 막아주고 해가 잘 드는 지형이다. 아래 지도에서 왼쪽 가장자리에 있는 프레모의 와인은 뉘 생조르주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프레모 와인은 아펠라시옹의 다른 포도밭, 특히 클로 드 라를로와 클로 드 라 마레샬처럼 생산자가 밭 전체를 단독 소유한 모노폴 와인보다 뼈대가 섬세하다. 코뮌 경계선 바로 위쪽 레 보크랭과 레 생조르주에서는 타닌이 강하고 강렬하며 풍미가 좋은 장기숙성용 와인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코트 드 뉘 빌라주에서는 보기 힘든 와인이다. 본은 관광객으로 북적거리고, 뉘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여러 네고시앙 회사의 본거지다. 그리고 뉘의 프르미에 크뤼는 본-로마네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데, 그 멋진 마을의 입구로서 들러볼 가치가 있다. 본 로마네는 소박하고 작은 마을이지만 열정적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뒷골목 문패에 줄지어 나오는 유명한 이름들만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들이 생산되는 곳임을 말해준다. 마을은 불그스름한 흙이 길게 이어지는 언덕 아래에 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포도밭인 로마네-생비방은 땅이 깊고, 진흙과 석회가 풍부하다. 언덕 중턱의 포도밭은 성지순례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라 로마네-콩티로, 토양이 거칠고 얕다. 더 가파른 위쪽은 라 로마네인데, 토양이 건조하고 진흙이 덜 섞여있다. 그 오른편에 있는 큰 포도밭 르 리슈부르는 방향을 틀어 북동쪽을 보고 있다. 왼쪽에는 좁고 긴 띠모양의 라 그랑드 뤼가 있다. 그 옆의 긴 비탈밭이 라 타슈인데, 한때 레 고디쇼라고 불리던 포도밭도 포함되어 있다. 모두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로마네 콩티와 라 타슈는 모두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의 모노폴이다. 이 도멘은 리슈부르, 로마네-생비방, 에셰조, 그랑 에셰조에도 상당한 면적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고, 지금은 코르통에도 포도밭이 있다. 피네스와 벨벳의 따스함, 은근한 향신료향이 결합된 동양적인 풍미를 가진 이곳 와인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그중에서도 로마네-콩티가 가장 완벽한 와인으로 평가받지만, 이곳의 와인은 모두 가족처럼 서로 매우 닮았다. 포도밭 입지, 소량 수확, 귀한 올드 바인, 늦수확, 그리고 포도밭을 정성들여 가꾸는 재배자들의 노력이 함께한 결과다. 이웃 포도밭에서는 그리 놀랍지 않은 가격으로 비슷한 성격의 와인을 찾을 수 있다. 본-로마네라는 이름이 붙은 다른 모든 포도밭 역시 인상적이다. 부르고뉴의 교과서 같은 오래된 책에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이렇게 적혀 있다. "본에는 평범한 와인이 없다." 라 타슈 바로 남쪽에 있는 프르미에 크뤼 말콩소르 역시 특별하다. 에셰조 그랑 크뤼의 면적은 36 ha로 지도에서 에셰조 뒤 드쉬 주변의 보라색 클리마들을 대부분 포함하며, 그보다 작은 그랑 에셰조와 함께 플라제 코뮌에 속한다. 너무 동쪽에 있어 이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플라제는 양조학적으로 본과 같은 곳이다. 그랑 에셰조는 뛰어난 부르고뉴 와인처럼 균형이 잘 잡히고 입안에 맛이 오래 머무른다. 물론 가격도 더 비싸다.
부조 아펠라시옹을 붙일 수 있는 와인은 많지않다. 하지만 많은 와인이 50ha 규모의 클로 드 부조에서 생산된다. 클로 부조로도 불리는 이 드넓은 포도밭은 수도원 포도밭의 상징인 높은 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포도밭 전체가 그랑 크뤼 등급을 받았고 스타일과 품질, 가격이 매우 다양한데, 본의 귀족 와인보다는 상당히 저렴하다. 시토회 수도사들은 비탈 정상, 중턱, 그리고 때로는 맨 아래에서 나온 와인을 블렌딩해 우리가 최고의 부르고뉴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그 맛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맛도 변함이 없었는데, 건조한 해에는 아래쪽 포도밭의 와인이 더 낫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언덕 중턱과, 특히 언덕 맨 꼭대기에서 가장 좋은 와인이 생산된다. 물론 예외도 있으므로 재배자가 누구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클로 드 부조 포도밭의 북서쪽 구석에 있는 중세시대의 성은 타스트뱅 기사단의 본부다. 붉은색과 황금색 가운을 입고 떠들석한 축제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부르고뉴 와인 기사단은 전 세계에 지부가 있다. 그랑 크뤼인 뮈지니는 이 성을 내려다보면서, 샹볼-뮈지니의 다른 포도밭들과 떨어져서 숲이 울창한 석회암 언덕 꼭대기 아래에 끼여있다. 뮈지니는 샹볼-뮈지니 북쪽에 있는 본 마르보다 클로 드 부조, 그리고 그랑 에셰조의 언덕 꼭대기와 더 가깝다. 비탈이 가파르기 때문에, 비가 계속 내리면 재배자들은 쓸려 내려온 석회암과 점토가 섞인 갈색토와 자갈을 다시 언덕 위로 돌려놓는다. 이 흙과 투과성이 좋은 석회암 하부토는 물이 잘 빠진다. 바디가 풍부한 와인을 만드는 데 적합한 조건이다. 뮈지니의 영광은 강한 힘에 사랑스럽고 잊히지 않는 섬세한 향이 더해진, 독특하고 관능적인 풍미에서 나왔다. 잘 만들어진 뮈지니 와인은 입안에서 화려한 풍미가 펼쳐지면서, 너무도 정확한 표현인 '공작새의 꼬리'를 경험하게 해 준다. 뮈지니는 샹베르탱만큼 강하지 않고 로마네-콩티만큼 향신료향이 나지 않지만, 10~20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그리고 가격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샹볼-뮈지니의 또 다른 그랑 크뤼인 본 미르의 서부 토양의 색은 옅고, 동부 토양은 붉다. 첫맛은 뮈지니보다 거칠며, 뮈지니의 부드러운 우아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레 자무르즈는 '연인들'이라는 의미의 이름이 이 와인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부르고뉴 최고의 프르미에 크뤼 중 하나로, 명예 그랑 크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샹볼-뮈지니 와인이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이곳의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품질 좋은 와인은 언덕 위쪽의 크라와 퓌에 포도밭으로 이동한 것 같다. 이제는 레 샤름만큼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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